(227호)독자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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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신문
  • 승인 2003.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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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봄을 만나고...


발아래 굽이친 잔잔한 바다 가 있으니 그 곳이 강진 만이다.
동백 숲 사이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명경지수가 그 곳에 있다.
지독하게 흐드러진 동백 !
그 아름다움을 이기지 못해 뚝뚝 떨어진 동백이 봄을 지천에 깔아놓았다.
茶飯에 익어 가는 녹차 향이 고즈넉한 백련사에 가득하고
유배 생활 18년 다산이 즐겨 마셨음직한 작설차가 입안에 느껴진다.
새로 뚫린 길 때문에 조금은 헤매다 찾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한산해서 좋다.
백련사에서 다산 초당 가는 오솔길에 다산의 恨이 서려있다.
대웅전 처마 밑에 걸린 풍경이 소리 없는 바람에 울어댄다.
봄은 이렇듯 아름답게 자리잡은 다산 초당과 백련사에 칭얼대고 있었다.
초원이 시작되는 들판에 시골 아낙의 부지런한 손놀림이 보이고,
그 흙에서 캐낸 싱싱한 봄나물은 오늘 저녁 밥상에 오를 것이다.
눈부신 햇살은 달리는 차안에 미치도록 스며들었고, 나무의 나이테처럼
결을 만들며 퍼져나간 강진만과 외롭게 떠있는 섬에 탄성이 절로 난다.
禪茶院 창문에 걸린 "마음을 다스리는 글"귀가 걸음을 잡아놓는다.
副할 때 낮은 풀처럼 엎드릴 줄 아는 인생을 배우라 권고하고,
쇠잔하다 하여 음지로 기어드는 누를 범하지 말라 가르친다.
성현들의 가르침을 이제야 깨달은 우둔한 삶에 머리 숙이며,
삶의 버거운 무게들을 이 곳 강진 다산 초당 백련사에 잠시 내려놓는다.
수줍은 우전 茶를 마실 수 있는 봄을 강진에서 만났다.
움트는 새순을 밟을까봐 엉거주춤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여쁘다.
힘있는 자들의 명분 없는 전쟁으로 온 세계가 신음하지만
자연은 갖은 자나, 없는 자 모두에게 침묵으로 다가오며 말한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자연에서 배워라 라고...


목포시 옥암동 969 번지 바다컴퓨터학원장 문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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