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를 대하는 강진군의 인식수준
등산로를 대하는 강진군의 인식수준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3.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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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과 신전면에 걸쳐 있는 덕룡산을 처음 가본 사람들은 세 번 깜짝 놀라게 된다. 한번은 암반으로 이뤄진 수려한 경관에 놀라고 한번은 사람이 많이 찾는 암반에 안전시설이 전혀 없다는 것에 놀란다.

마지막으로 한번은 이 작은 산에서 고려시대때 국사(國師)가 네명이나 기거했다는 역사를 듣고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덕룡산을 찾는 사람들은 쪽 뻗은 암반과 주변에 펼쳐진 강진만, 해남쪽의 아기자기한 산맥들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강진사람들은 왜 강진에 살면서 이런곳을 몰랐을까 후회하고,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강진에 이런곳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감탄한다. 산악인들은 덕룡산을 전남의 대표 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곳이라고 극찬을 서슴치 않는다.

이를 반영하듯 외지에서 등산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등산로 여기저기 걸려있는 각 산악회 리본을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덕룡산을 다녀갔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덕룡산에서 고려시대 국사가 네명이나 기거했다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북쪽으로는 만덕산과 월출산이 이어지고 남쪽으로 두륜산과 동쪽으로 다도해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는 귀한 장소에서 고승들은 마지막 수도처를 찾았을 것이다. 덕룡산에는 암자터가 지금도 10개가 산재해 있다.

그런데 이 수려하고 의미있는 산에 안전시설이 전무하다. 하도 위험하고 살벌해서 가족등반은 꿈도 꾸지 못할 정도다. 차라리 등산로 입구에 ‘전문 암벽 등반가 전용산‘이라는 푯말을 세워놓아야 할 판이다. 곳곳에 낭떨어지가 산재해 있고 시각적으로 바다와 가까운 산이라 현기증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지만 고작 밧줄 몇 개와 바위에 박힌 사다리가 있을 뿐이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처럼 덕룡산에 안전시설이 전무한 것은 강진군이 등산로 문제를 나무를 찍어내는 일판(산판)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산로가 지역이미지를 대변하고 장기적으로 지역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관광도로라는 것은 이미 오래된 정설인데, 강진군은 아직까지도 등산로정비를 인적이 뜸한 산중에서 산판일 하는 것 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강진군이 올해 등산로 정비 예산으로 1천200만원을 세우는데 그쳤고, 이는 4곳 산 등산로의 풀베기 예산이라는 것은 전혀 생소할 것이 없는 일이다.      

자치단체가 관광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친절하도록 홍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외지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 다시 찾아오는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것이 관광투자의 핵심이다. 관광지로 가는 곳에 꽃길을 조성하고 깔끔한 안내판을 세우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등산로도 당연히 같은 수준으로 취급해야 한다. 등산을 위해 강진을 찾는 관광객들이야 말로 지역 이미지를 뚜렷이 가지고 갈 사람들이다. 이들은 관광차를 타고와서 구경하기 편안한 주요관광지 몇 곳을 둘러보고 그대로 떠나는 사람들과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지역이미지를 느껴도 깊이있게 느낄 것이고 이들이 전파하는 강진의 이미지도 훨씬 강한 전파력을 가질 것이다.

등산로 정비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현지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 철재사다리를 설치하고 안전망을 세우는 일이 한편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면도 없지 않겠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자연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각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은 물론이고 왠만한 지역의 군소 등산로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정비된 것은 모두 사람과 자연을 함께 보호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안전시설이 없는 덕룡산 곳곳에는 등산객들이 본의 아니게 산을 훼손한 흔적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일부 협곡에는 수많은 잔목들이 등산객들의 발길에 짓눌러 죽어가고 있다.

덕룡산 등산로를 정비하고 하루빨리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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