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인 못 살것소"
"약 없인 못 살것소"
  • 주희춘
  • 승인 2003.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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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게는 하루 서너번씩 15~20개 털어놓기도

 농촌노인들의 몸이 약으로 찌들어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50대로 접어들면 대부분의 농촌주민들이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진신문은 농촌주민의 약물복용실태와 대책을 세차례에 걸쳐 연제한다./편집자 주. 

< 상>"약 없인 못 살것소"

비가 내린 6일 오후 2시 작천의 한 마을회관. 축축한 날씨속에 회관에서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여자 주민 30여명이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주민들에게 "현재 약을 한가지도 먹지 않고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달라"고 부탁 해 보았다. 손을 든 사람은 딱 한사람 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적게는 한가지, 많게는 4가지 정도의 약을 먹고 있었다.

"약 없으면 못삽니다. 골병이 들어서...."윷놀이를 하고 있던 이모(여?72)씨는 고열압과 심장약, 관절약, 당뇨약등 4가지를 먹고 있었다. 약 한가지에 알약이 3~5개에 이르고 하루 세 번, 한번에 보통 15~20개의 알약을 삼키고 있다. 이씨는 "약을 많이 먹어서 인지 요즘에는 얼굴이 자주 붓는다"고 말했다.

윷놀이를 구경하던 다른 주민 김모(64)씨는 3가지 약을 먹고 있다. 김씨는 "20여년동안 관절약을 먹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머리가 아프면 '뇌선'을 수시로 먹고 있고 자주 걸리는 감기는 진통제와 물약을 옆에 두다시피하고 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병영의 한 마을회관에도 비가 내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회관에 모인 60세를 넘어선 15명 정도의 주민 중 자신의 걸음걸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우리는 다 다리 병신이요. 약으로 버티는 것이제..." 방안에 모여있던 '다리 병신'이란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한 주민은 3가지 정도의 양약을 먹고 있는데 최근 서울의 아들이 한약을 보내와 함께 먹는다고 했다. 강진과 장흥의 병원 서너곳을 이용하며 수시로 약 처방전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한 주민은 "아픈사람들은 귀가 얇아 좋다는 병원은 모두 찾아다닌다. 집안에 약을 싸놓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 진다"고 귀뜸했다.    

농촌노인들의 약물 의존실태가 심각해 지고 있다. 약을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60세 이상 주민중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생활비에서 약값이 차지하는 비용이 가장 많은 실정이다.

군동의 한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 윤모씨(54)는 10여년 째 당뇨약을 먹고 있었다. 윤씨는 "당뇨병은 식이요법이 좋다고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병원에서 처방해준 대로 밥을 먹을 경우 힘든 일을 전혀 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병이 있어도 노동을 해야하고, 노동을 하기위해서는 약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윤씨는 "농촌주민들은 50세가 넘어서면 골병이 들기 시작한다"고 한숨지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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