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99>-강진읍 영파리 팔영마을
마을기행<99>-강진읍 영파리 팔영마을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3.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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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이 비에 젖은 대지에 생기를 더한다. 한낮에 내리쬐는 햇볕은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강진읍에서 출발해 해남방면으로 가다 찾아간 곳은 영파리 팔영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옆에 서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는 팔영마을은 마을 뒤편 서기산과 옆으로는 만덕산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평야마을이다.

언양김씨가 처음 입촌한 팔영마을은 이후 김해김씨, 밀양박씨등이 입촌해 현재 65가구 150여명의 주민들이 미맥농사를 주업으로 생활하고 있다.
팔영마을은 언양김씨가 터를 잡아 살면서 불리운 청승정, 한부부가 아홉 아들을 낳아 잘 키웠다하여 구남동, 불모지로 있어 번덕지로 칭하다가 다시 살게 되었다 하여 경, 바닥에 돌이 많이 깔려 있어 반석동, 반석동 동쪽에 있는 들판으로 예전에는 바닷물이 드나들어 배가 닿았다는 강두머리, 청승정 앞들에 있는 산으로 동그랗게 생겼다 하여 도리메, 모양이 정(丁)자 같이 생겼다 하여 이름지어진 정지등, 도암면 만세마을로 가는 고갯길인 작은한치재, 도암면 만년마을로 가는 고갯길은 큰한치재, 우리나라 지도같이 생긴 선바위 등이 마을곳곳에 명칭되고 있다.

팔영마을은 현재 2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반은 원마을인 구남동과 청승정, 2반은 차경이다. 마을이름이 지어진 유래는 마을 뒷산이 팔자형상이라 하여 팔영으로 불리우게 되었다.

팔영마을로 들어서 1반과 2반 경계에 세워져 있는 높이 160㎝정도의 선돌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선돌은 마을 중앙과 구남동 가는 곳에 각각 1기씩 세워져 있으며 작고한 김익현씨가 마을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세웠다. 현재 구남동 가는 길에 세워져 있는 선돌에는 청룡석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마을로 들어서 처음 찾은 곳은 김혜창(70)씨 댁이었다. 김씨의 집에는 마을일을 맡아보고 있는 이형식(63)이장이 함께 있었다. 김씨는 “마을주민들이 심성이 순박하고 인심이 좋아 주민들간의 다툼이 없다”며 “6·25전쟁때도 상한 주민들이 거의 없었다”고 마을 자랑을 했다. 또 김씨는 “지난 71년에 TV를 장만해 여름철이면 마당에 멍석을 깔고 마을주민들이 모두 모여 함께 봤던 기억이 있다”며 “지금은 주민수도 줄고 집집마다 TV가 다 있어 예전같이 전주민이 모일 일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이이장은 “예전에는 대보름에 인근마을주민들과 불싸움도 하고 씨름, 줄다리기등 다양한 놀이들을 마을주민들이 함께 했었다”며 “갈수록 젊은 사람들이 줄어 언젠가부터 행사들이 사라져 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이장과 함께 마을주민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을 찾았다. 마을회관 앞 우산각에 50여년된 사장나무 한그루가 서있었다. 예전에 있던 사장나무가 고사해 새로 심은 나무이다. 사장나무 옆에는 마을 이름과 같은 청승정 우물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마을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했으나 현재는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물맛은 예전과 다름없다고 주민들은 얘기한다.

마을회관에는 마을주민 10여명이 모여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청승정 남쪽 만덕산에 있는 임란때 피난온 부인이 베틀을 차려 놓고 베를 짰다는 베틀굴, 벽을 두드리면 북소리가 난다하여 북굴, 베틀굴 위쪽에 있는 굴로 금을 캤었다고 전해지는 금굴, 안에서 도리깨질을 할 정도로 넓어 이름지어진 도리깨굴등에서 놀던 일들을 즐겁게 회상한다. 마을주민 김춘재(68)씨는 “예전에 12굴이 있다고 전해지기는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아는 곳은 5곳정도 된다”며 “현재는 찾는 사람이 없어 입구가 묻힌 곳도 있지만 관계기관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팔영마을에는 바위위에 말발굽과 마차바퀴 흔적이 남아 있어 하늘에서 마차가 내려와 바위를 밟고 넘어갔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장군바위가 있다. 그곳을 찾고자 했으나 몇 년전 도로공사로 흙에 묻혀 버려 현재는 그모습을 찾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마을주민들이 정겹게 모여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자 하자 마을주민들은 흔쾌히 사진촬영에 응해 주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주민들의 모습은 자신의 삶에 자족하는 순박한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모습을 담고 있었다.
마을을 돌아나오면서 마을 주민들의 밝은 미소는 서로 아껴주며 정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이 묻어 나는 듯 나오는 걸음을 한층 가볍게 한다.

팔영마을 출신으로는 강진읍에서 법무사로 있는 윤승호씨, 전라남도청 과장을 역임한 김복녕씨, 서울교정청장을 역임한 김춘홍씨, 경찰공무원으로 퇴임한 윤순홍, 강진군의회의장을 지낸 김승홍씨, 전남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종남씨, 강진군 의회사무과장으로 근무하는 김병기씨, 농협 강진군지부장으로 있는 김덕녕씨,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는 윤순석씨,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하는 승상일씨, 광주 무등중학교 교감을 역임한 김상수씨, 광주여고 교사를 지낸 김수남씨, 전남지방경찰청에 근무하는 윤순오씨, 제4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수습중인 김명준씨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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