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행)도암면 송학마을
(마을기행)도암면 송학마을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3.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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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토요일 오후. 습기품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강진만을 따라 해안도로를 달리다 찾아간 곳은 도암면 송학마을이다.
송학마을은 강진만을 앞에 두고 길게 자리한 마을로 바다에서 어패류를 채취하고 농사를 짓기 때문에 풍부한 삶을 누렸던 마을이다.

송학마을에 누가 처음 입촌해 살았는지 정확한 자료는 없으나 현재 김해김씨, 한양조씨, 경주정씨등 52가구 15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송학마을은 5반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반은 아래쪽에 있다는 알배미, 2반은 위쪽에 있다하여 우대미, 3반은 김씨와 박씨가 모여 살았다하여 김박굴, 4반은 농어바우, 5반은 동령계라 불리운다.

학이 소나무에 앉아 있는 형국인 송학마을은 알배미와 우대미가 몸통에 해당되며 농어바우가 꼬리부분, 김박굴과 동령개가 날개부분을 각각 형성하고 있다.

송학마을에는 마을 북쪽에 있는 간척지로 개의 죽지처럼 생겼다하여 이름 붙여진 게죽지 간척지, 바닷가에 있는 큰바위로 옛날부터 농어등을 많이 낚아 올렸다는 농어바우, 마을앞 바닷가에 12폭 병풍처럼 납작한 바위가 서있었으나 제방공사로 파손되어 현재는 없어진 병풍바위, 명주실 한타래가 들어갈 정도로 수심이 깊다하여 쏘바위, 인근 선장마을에서 동령개로 가는 고개인 동령갯재, 마을 남쪽에 서당이 있었다하여 불리우는 서당골, 만덕호 수문근처에 새로 마을이 생겨 7가구가 생활하다 독립가구흡수 정책에 의해 현재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된 새마을 등이 마을 곳곳에 명칭되고 있다.

송학마을은 바다를 인접하고 있어 반농반어업을 하고 있으며 공동양식장 47㏊를 1년에 한두차례 입장료를 받고 개방하여 어패류를 채취한다. 입장료는 어촌계 자금으로 적립하였다가 바닷가 청소비용 등 어촌계 사업비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동답 1만평을 경작해서 나온 수익금을 마을 자금으로 활용해 마을 대소사가 있을 때 주민들이 거출하는 돈이 없다.

마을에 도착해 마을일을 맡아 보고 있는 김인호(42)이장을 찾았다. 김이장은 “주민들간에 단합이 잘돼 애경사에 마을주민 전부가 참여한다”며 “상을 당했을 때나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전주민들이 자기일처럼 나선다”고 마을자랑을 했다.

또 김이장은 “마을 사람들이 부지런하고 근면성실해 농한기철에도 쉬지 않고 외지에 나가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낮에는 집에 있는 주민들을 만나기가 어려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이장의 안내를 받아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족히 수백년은 되어 보이는 팽나무 2그루였다. 2그루 모두 1반인 알대미에 있는 것으로 1그루는 수령이 300여년된 나무로 정경섭씨 집 뒤에 있고 다른 1그루는 수령이 250여년 된 것으로 마을구판장 옆에 있어 한여름철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마을 안길을 따라 올라가니 한양조씨 제각인 송학당이 있었다. 김이장에 따르면 매년 5월5일 전국에 있는 한양조씨들이 제각에 모여 시제를 지내고 문중에서 효부상을 주는 행사를 갖는다.

김이장과 헤어져 아랫마을인 알대미를 둘러 보다 군 농촌지도소장을 역임한 정재섭(68)씨를 만났다. 정씨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줄어드는 일이 없는 마을 공동샘에 대한 자랑을 했다.

함께 찾은 정씨의 집에는 마을주민 10여명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일을 나가지 않았다는 마을주민들은 예전에는 바다가 깨끗해 농어, 낙지등이 많이 잡혔으며 대합이 유명해 임금님 진상품으로 올라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50여년전에 마을 앞 바다에서 거북이를 잡아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낸 일이 있다”고 말했다. 또 정씨는 “광복후 마을주민들이 단합을 위해 함께 불렀던 송학리가가 전해 내려왔으나 현재는 알고 있는 사람이 몇명 없다”며 “송학리가를 다시 발굴해 마을주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마을주민 조정애(70)씨는 “송학마을에서 생산되는 고막은 뻘이 섞여 있지 않아 바로 삶아 먹을 수 있다”며 “5년전에 방송국에서 나와 참고막 채취하는 장면을 촬영해 간 적도 있다”며 마을 자랑을 했다.

송학마을에서는 매년 어버이날 마을주민들과 출향인이 함께 마을회관에서 경로잔치를 벌여 출향인사에 대한 감사패를 수여하고 효행을 한 주민에게 효부상을 수상하고 있다. 또 오는 대보름에는 농악놀이를 통해 마을주민들이 더욱 단합할 수 있는 자리를 계획하고 있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넉넉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 깨끗한 자연환경과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마을주민들의 삶이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지혜를 갖게 한다.

송학마을출신으로는 광주고등검찰청 사무국장을 역임한 정철순씨,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있는 정장섭씨, 도암농협조합장을 역임한 정철주씨, 광주고등법원 영장심사계장으로 근무하는 정갑성씨, 인천세무서에 있는 조갑신씨, 한농 전남지점장으로 근무하는 장재선씨, 광주에서 한국통신에 근무하는 장인옥씨, 철도청에 있는 정대균씨, 육군대위로 복무하는 정병렬씨, 완도파출소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정일씨, 목포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정병호씨, 서울에서 중학교 교사로 있는 정혜영씨, 광주에서 신협에 근무하는 김상호씨 등이 이 마을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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