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 강진이 걸작을 낳았다
유배지 강진이 걸작을 낳았다
  • 김철 기자
  • 승인 2007.09.1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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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면에 위치한 다산유물전시관에서는 다산선생의 숨결이 살아있는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3회째를 맞는 유물특별전이 청자문화제의 개막과 함께 한달동안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의 전시주제는 '다산학예의 뿌리를 찾아서'이다. 다산과 추사의 만남, 다산과 제자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렸던 1, 2회 특별전은 다산선생의 주변인물을 통해 다산의 학문, 예술, 삶의 모습을 살펴보는 과정이였다.

이번 전시회는 전시주제처럼 다산선생을 중심으로 학문적으로 관계를 맺었던 인물들과 가계, 문인 중 친분을 가졌던 인물들을 다뤘다.

이번 전시작품은 간찰, 문집, 지도등 50여종에 달한다. 이중 주목을 끄는 작품은 다산 외가의 보물인 현친유묵 상하2권 책자, 이황의 안동부백 무시에게 줌을 비롯해 다산이 강진 제자인 윤종진에 선물한 예설, 순암총서, 순암수초등 8건의 윤종진, 윤종삼 필사본 책, 윤정기의 일본여도등이다.

먼저 이번 전시품 중 다산학예의 뿌리를 집대성한 현친유묵(賢親遺墨)이 있다. 어진사람을 높이는 것은 지식이고 친한사람을 가까이 대하는 것은 인(仁)이라는 뜻으로 다산선생이 직접 제목을 붙였다. 여기에 책끝에 본문의 내용이나 간행의 경위, 날짜등을 적은 발문도 다산선생이 지어서 썼다.

현친유묵의 상권은 이황, 윤선도, 허목, 채유후, 윤두서등 다산선생의 학맥과 연관된 인물들이 열거돼 있고 하권에는 윤복, 윤강중, 윤선각, 윤진미등 7대에 걸친 외가 해남윤씨의 인물에 대해 소개돼 있다.

또 퇴계 이황이 윤복에게 써준  안동부백 문시에게 줌(寄贈安東付佰文侍-기증안동부백문시)과 신석우, 윤정기, 허전등 14인의 후대문인들이 만든 퇴문제현시첩이 있다.

이 시에서 이황은 윤복의 학문을 극찬하고 있다. 이는 다산의 외가학맥도 퇴계 이황선생을 중심으로 하는 남인의 학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을 알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산선생에게 마지막까지 차를 선물했던 지역출신 윤종진의 필사본 13점도 처음 선보이고 있다. 필사본은 윤종진이 배우고자하는 글을 베껴쓰면서 공부하는 책이었다.

이책을 통해 당시 어떤분야에 공부를 했는지 알 수가 있다. 시편문집인 소화시평, 청나라 옹강방의 시, 중국의 농업책자였던 제민요술, 백두산여행시로 유명한 신진택의 시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필사본이 공개됐다.

특히 이번 공개된 필사본을 통해 강진의 학문적경향이 당시 수도권의 학문과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 이유는 필사본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수도권에서 학생들의 관심의 주제를 하나의 책으로 만든 총서가 유행했다. 이 시기에 다산선생은 제자들에게 총서를 만들어 공부하는 방법을 지도했고 수도권 학문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당시 강진이 지방 학문을 대표했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또 하나의 대작은 일본의 바다와 육지, 산천을 자세하게 기록한 채색지도인 일본연도이다.

윤정기가 그린 길이67㎝, 폭 160㎝ 대형 일본여도는 일본의 성과 산들이 표기된 군사지도였다. 당시 실학자들은 언제라도 다시 조선을 침략할 일본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일본을 탐구하고 알아내려는 노력들이 대단했다.

또한 다산선생도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제자들에게 배를 만드는 기술 책자를 만들게 하거나 해안가에 산성을 쌓아야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색다른 작품 하나가 시선을 사로 잡는다. 다산 선생이 애제자인 황상에게 쓴글이 있다. 절학가 증황상(贈黃裳)이라 붙여진 제목의 글은 학질(말라리아)에 걸린 다산선생이 같은 병에 걸린 제자 황상에게 적어준 글이다.

다산선생은 잠시도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이지만 제자 황상은 태연히 앉아 글공부를 하고있는 모습을 칭찬한 글이다.

다소 해학적인 이 글을 통해 다산선생이 제자에게 다가가려는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 추사 김정희가 쓴 황상문집 서문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등 30여점의 희귀유물이 전시회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다산선생이 18년간의 유배기간이 생활면에서는 고통의 시간이였지만 저술과 학문에 대해서는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산선생은 주역사전, 경세유표, 목민심서등 500여권에 달하는 여유당전서를 대부분 완성했고 황상, 윤종진, 윤정기, 이학래등 뛰어난 제자들, 초의선사등 수많은 친구들도 사귀었다.

여기에 해남 외가집에서는 윤선도, 윤두서로 전해오던 천여권이 넘는 장서와 서화자료를 제공해 강진의 다산학단이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제 강진에서는 다산선생의 숨겨진 자료와 폭넓게 자리잡은 다선선생의 제자들에 관한연구가 한층 더 심도있게 진척을 보여야할 때가 된 것이다.

[인터뷰] 다산유물 감정한 명지대 안대회교수


"유배당시 제자교육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

다산선생과 제자들의 새롭게 공개되는 유물을 보기위해 강진을 찾은 명지대 안대회교수는 다산유물특별전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안교수는 "이번 선보이는 유물들은 다산선생이 유배당시 제자들에 대한 교육등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유배당시의 글들은 역사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유물"이라고 손꼽았다.

이어 안교수는 "특히 이번 윤종진의 필사본을 통해 제자들의 활동을 알 수 있게 됐다"며 "서울학자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다산선생의 교육은 강진의 학문을 이끌어가는 문화수도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안교수는 "윤종진의 필사본 중에서 중국의 유명한 농사책인 제민요수를 필사한 책등이 있다"며 "다산선생의 제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학문을 연구했던 것을 확인할수 있는 자료"라고 덧붙였다.

전시작품중 다산선생의 절학가에 특히 관심을 보이던 안교수는 "절학가는 다산선생이 유배온지 3년째 되던해 학질에 걸려 고생하면서 제자 황상에게 적어준 발견되지 않은 시"라며 "제자 황상을 아끼는 마음을 적은 글을 통해 다산선생의 인간 됨됨이를 알 수 있게 하는 재미난 시"라고 소개했다.

안교수는 "다산선생은 강진유배생활을 통해 제자들과 함께 학문의 중심이 됐다"며 "다선선생과 제자들이 다산학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강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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