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가 경쟁력
지역공동체가 경쟁력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7.06.01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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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농촌관광의 현장을 가다]
산촌 유후인 개발, 지역주민들이 중심
자연과 관광을 연계한 발전방향 제시

천혜의 자연환경과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으로 무장하고 도시민을 유혹하고 있는 농촌 마을 중 성공적인 농촌관광을 이끌어낸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농촌관광의 성공요건을 가진 마을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으로 지역공동체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농촌관광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이런 이유에서 주어진 장점을 적극 활용하면서 아름다운 마을가꾸기에 앞장서는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성공적인 농촌관광을 이끌어내는 경쟁력이다.

일본 규슈의 대표적인 친환경 관광도시로 불리는 유후인은 지역공동체의 역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후쿠오카시에서 차량으로 2시간 남짓 떨어진 유후인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산촌이었다. 연간 관광객만도 400만명에 이르는데다 관광관련 수입만 150억엔에 달한다. 1만1천여명의 주민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치고는 엄청난 규모다.

벼농사를 주산업으로 삼던 유후인이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관광도시로 변모하게 된 데는 50년간 아름다운 마을가꾸기의 중심에 선 지역민들의 역할이 컸다.

분지에 위치한 유후인은 일조시간이 짧기 때문에 생산량은 10a당 쌀 27㎏에 불과할 정도로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졌다. 이런 이유에서 지난 52년 마을 중심부인 유후인 분지에 댐을 건설하자는 계획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계획이 지역민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댐 건설을 막아낸 지역민들이 독일 등 선진농촌과 관광지를 둘러보며 대대적인 마을가꾸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골프장과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위기가 있을 때마다 맞선 것도 바로 지역민들이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유후인의 자연과 관광을 연계한 발전 방안이 세워졌다.

남성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젊은 여성들도 혼자서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유후인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역민들은 환경보전에 초점을 맞추면서 작고 소박한 마을 만들기에 힘썼다. 대형 관광버스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도로 여건이지만 도로를 넓히지 않았다.

옛 건물도 헐지 않고 실내만 보수해서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또 새로 들어선 건물도 5층 높이의 15m를 넘지 않는다.

80년대 후반 리조트 개발바람을 타고 10㏊에 1억엔의 자금을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1천㎡ 이상을 개발하고자 할 때는 행정기관과의 협의를 거치야 한다는 자치조례의 제정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환경을 해치는 대규모 개발을 원천 봉쇄하고 소규모 여관을 운영하는 지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유후인이 33년 전통의 음악제를 비롯해 30여개의 미술관을 갖추게 된 과정도 지역민의 작은 노력에서 시작됐다. 지난 75년 지역민들이 합주반을 만들어 첫 음악제를 열었고 가내 공예품, 아마추어 미술작품 등을 전시했다.

지역민들의 작은 시작에서 비롯된 음악제는 매년 지속되면서 도시민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유명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발전했다.


총 450만엔의 비용이 들어가는 음악회는 50만엔을 행정기관에서 보조받을 뿐 지역민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음악제를 계기로 유후인과 연관이 없는 예술인들이 찾아와 집을 짓고 전시공간을 만드는 사례도 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음악가 고바야시씨도 6년전 이곳에 정착한 후 유후인 아르테지오 미술관에서 월 2회 음악회를 열고 있다.

다랑이를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후쿠오카현 우키하시도 지역민이 주체가 된 도농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95년 우키하가 그린투어리즘 추진 모텔 지구로 선정되면서 주민 120여명이 참가한 그린투어리즘 연구회가 조직됐고 농촌관광에 대한 연구를 거듭해 왔다.

그린투어리즘 연구회는 심포지엄과 강연회, 학습회 등을 통해 농촌관광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노력과 함께 우키하의 관광자원을 발굴하는 데 힘썼다.

농가레스토랑, 농가민박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도 이바지했다. 또 우키하의 명소, 인물 등 자료를 바탕으로 '보물지도'를 만들어 각 행정구와 각급 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다랑이를 지키는 노력도 지역민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경작자가 차츰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다랑이를 보존하기 위해 지역민을 중심으로 다랑이를 보존하는 모임이 지난해 만들어졌다.

오이타현 우사시 아지무는 지역공동체의 합의 속에서 회원제 농가민박제도를 도출해냈다. 지난 92년 종래의 농업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아지무 그린투어리즘 연구회가 조직됐고 농민, 회사원, 자영업자,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회는 농박을 희망하는 농가와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창구로서 일본의 '여관업법', '식품위생법' 등 각종 법적 규제를 완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불특정 다수보다 회원만을 대상으로 한 아지무 방식의 회원제 농가민박이었다. 현재 강진 등 우리의 농촌은 인구의 고령화, 부녀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농촌관광으로 농촌경제의 새로운 활력소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공동체가 중심에 서야 한다. 농업과 환경을 관광자원으로 연계하려는 지역공동체의 노력은 교훈으로 얻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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