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백일장장원〉가을여행
〈청자 백일장장원〉가을여행
  • 강진신문
  • 승인 2002.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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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요셉여고 2학년 3반 임 은 주〉
'매~ 앰 맴 맴’
엊그제 한 차례의 가을비가 지나갔다. 이제 더위도 한 풀 꺽일 법도 한데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가 있는 듯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어느 해보다 더위가 심했던 지난여름, 부모님의 바쁜 일 때문에 제대로 된 피서 한번 가보지 못한 불쌍한 우리 가족이다. 내년이면 더욱 바빠질 수험생이 될 나이기에 기대가 컸던 이번 여름방학 이었던 만큼 아직까지 기대를 져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린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때마침 내려온 언니와 함께 나와 동생 셋이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질른지도 오리무중이지만 언니도 성인이고 우리의 기대 또한 막강했던 만큼 우린 절대 굽히지 않을 것이다.
‘쏴아아’

여긴 다름아닌 부산 해운대!
'꿈은 이루어진다‘ 지난여름 우리나라 축구의 꿈이 이루어졌듯이 나의 꿈은 해운대 바다에서 이루어졌다. 철썩대는 파도와 끝이 없는 망망대해를 보자 마음에 있던 무거운 덩어리 하나가 쑥 빠져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반짝이던 태양을 매일같이 원망하였는데 그 때만큼은 환하게 웃는 태양이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야호 ~ ’ 조금 창피스럽긴 하였지만 이 한마디에 쌓여있던 모든 걸 날려 보냈다. 해변가를 지니는 아름다운 여인도 있었고 그리 덥지만은 않은 날씨에도 요트를 타는 몇몇 사람들도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바다 내음을 실컷 만킥하고서 그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어느새 우린 석회동굴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한발 한발 앞서 나갈수록 주위는 점점 암흑으로 변했다. 언니도 동생도 안보이고 있는 것이라고는 나와 어둠뿐이었다. 빛이 없는 까만 동굴 속에 간간히 박쥐인지도모를 동물의 날개짓 소리가 들렸다. 박쥐라곤 초등학교때 과학실에서 발견한 것 이외엔 처음이라 직접보고 싶은 호기심마저 들었다.

아직까진 아무 겁도 없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동굴, 시간이 흘러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서히 우리는 마지막 목적지인 설악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땀도 나고 힘들긴 하지만 가을은 뭐니뭐니해도 산에 올라 단풍 구경하는 것이 제일 멋있는 것 같다. 한 폭의 그림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직까진 단풍의 최고조가 오기에는 이른 날이었지만 내가 본 어느 단풍보다 멋들어진 모습이었다. 흔들바위까지 오르기로 계획하고 열심히 산을 오르는데 주위가 점점 어두워졌다. 아직 저녁시간까지는 많이 남았는데..... 먹구름이었다.

후두둑거리는 빗줄기는 굵어지며 우리는 비 피할 곳을 찾아 뛰고 또 뛰었다. 점점 그 속을 알 수 없는 숲으로 들어가고만 있다. 계속해서 계속해서... ...

“은주야! 비 온다 언능 일어나서 빨래 걷어야지.” 무언가 자꾸 내 몸을 흔들거린다. ‘으음... ... 엄마다. 아! 비가 오고 있었지. 그런데 여긴 어디지! 산이 아니네. 설마 그게 다 꿈?’
“은주야! 언능 일어나라니깐.”

다시 찾아온 장마와 함께 나의 아쉬운 가을 여행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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