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문고를 만들자 (하)
지역명문고를 만들자 (하)
  • 주희춘
  • 승인 2003.0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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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학교 관심...고강도 유도책 필요하다

 기획시리즈>하<
군수가 치켜들어야 한다


“의사 학부형이요? 글쎄요... 아직 못 만나봤습니다“

한 초등학교의 교사는 학부모들중 의사학부형이 몇 명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생소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같은 반응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관내에 개업하고 있거나 개업하고 있는 의사들이 자녀를 지역 학교에 보내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파악되지 않는 숫자가 있을 수 있고, 자녀들이 취학아동이 아니거나 아이들이 모두 성장한 개업의사들이 있겠지만 총 30여개에 이르는 막강한 규모의 병의원이 있는 지역에서 의사 학부모를 찾기 어렵다는 것은 지역 고소득층이 지역학교를 외면하고 있다는 뚜렷한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역 노인들을 상대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의사들이야 말로 가정생활을 외지에서 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관내에서는 대도시에 가정을 두고 혼자 지역에서 생활을 하며 관급공사 주변을 맴돌고 있는 ‘홀아비 건설업자’들이 여렷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들이 관급공사 주수를 통해 얻은 수익이 집과 가족이 있고 자녀들의 학교가 있는 곳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다.

주민들의 공복이라는 공무원들도 지역학교를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정을 광주에 두고 자신만 강진에 생활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 한 주민은 “군수가 토요일 오후에 갑자기 비상소집을 걸면 여렷 다칠 것”이라고 웃었다. 주말오후를 광주의 가족과 보내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강진읍내 거리가 한산해 지는 것도 이같은맥락이다.     

자녀들을 지역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도 마음은 늘 대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초조함은 더 해진다. 특히 전남도와 광주광역시 분리 이후 시기를 놓치면 광주권 학교로 가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깊어지면서 일찌감치 전학을 서두르는 학부모들도 많다.

여기에 강진은 침몰하는 지역이다는 자괴감이 확산되면서 “강진에서 학교를 나오면 나중에 힘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다. 한 학부모는 “지역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자녀를 지역학교에 보낸 것을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중학생 아들을 강진의 고등학교에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재와 같은 강진의 교육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가 총력체제로 정면 돌파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군수가 치켜들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다.

지역학교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시행하면서 학부모들이 지역 학교를 믿고 자식들을 보낼 수 있는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강진이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이윤을 획득하고 있는 지역지도층들이 지역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강도 유도책을 행사해야 한다는게 선결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선 지역학교에 대한 투자는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의 교육환경이 문제라면 묻지마 투자식의 집중적인 예산 쏟아붙기를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신뢰감회복도 급선무다.

해남의 경우 군수가 직접 학부모들을 만나 “지역학교를 키울 테니 군수를 믿고 자녀들을 지역학교에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는 학교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되고 지역사회에 대한 확신으로 수용되어 “우리아이를 지역학교에 보내면 나도 살고 지역교육도 산다”는 공감대로 발전하고 있다.

‘고강도 유도책’은 자치단체장이 의지만 세우면 가장 빠르게 시행가능한 방법중의 하나다. 자녀를 지역학교에 보낸 공무원이 인사에서 우대받은 사례를 제시하는게 그것이다. 자녀를 지역학교에 보내는 공무원이야 말로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이 공직사회에서 우대받은 풍토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관급공사도 마찬가지다. 강진군의 관급공사는 건설업체들에게 최대 승부처다. 대형공사의 경우 관련법기준을 적용해야겠지만 군이 업자선정권을 가지고 있는 수의계약 공사는 지역에서 가정을 꾸리고 있고 자녀를 지역학교에 보내고 있는 업자를 가장 우선해 선정하면 지역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뜻있는 주민들은 “지역사회, 지역학교등과 실질적으로 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삼베짜듯 촘촘히 짜여져 지역사회바탕이룰때 강진은 그때야 비로소 교육분야도 경제분야도 되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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