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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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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2-11-25 11:48:22  |  icon 조회: 2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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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


생각을 바꾸는 지혜의 우화 3편



1. 낙타를 탄 여행자와 맨발의 벌거숭이 여행자


봉씨는 낙타 등에 자신을 싣고, 사하라 사막에 들어섰습니다.
사막을 여행하던 도중에, 뜻밖으로 벌거벗은 채 맨발로 걸어가고 있는 한 여행자를 만났습니다.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봉씨를 잠시 바라보더니, 어떤 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재촉해 갔습니다.


나는야 아무 짐도 없어라.
맨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처럼, 그 때 그대로이어라.
그저 빈 손이고, 빈 몸이어라.
나는야 머리와 가슴만 가졌어라.
머리는 채우면 채울수록 끝없이 가벼워지고
가슴은 채우면 채울수록 한없이 무거워지느니.
나는야 더 채워야 할 머리와
더 비워야 할 가슴 뿐이어라
그저 홀가분하고 홀가분하니 아무 걱정 없어라.
나는야 넉넉히 누리어 넉넉히 기쁘노라.


봉씨는 재빨리 다가가서, 그 벌거숭이 여행자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렇게 낙타도 타지 않고, 맨발로 사막을 건너 가다가는 고난을 면치 못할 것이며,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여행을 중단하고 다시 돌아가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들은 체 만 체하고, 사막의 모래언덕 너머로 휑하니 사라져 갔습니다.
봉씨는 사막을 건너 건너, 마침내 어느 오아시스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봉씨는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이유인즉, 여행 중에 낙타가 통 말을 듣지 않아, 낙타에게 너무 시달려, 그 여독으로 인해 끝내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었습니다.
낙타, 그것이 봉씨의 발길을 대신했다기보다 차라리 참으로 무거운 짐이 되었던 것입니다.
며칠 후에, 뒤를 이어 그 오아시스에 도착한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봉씨의 주검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는야 내 두 다리에 나를 싣고 와도 살았는데
그대는 낙타의 네 다리에 그대를 싣고 와도 죽었구나.
나는 나에게 나를 짐지우고도 살았는데
그대는 낙타에게 그대를 짐지우고도 죽었구나------.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구덩이를 파고 봉씨를 묻어준 뒤, 다시 그 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재촉해 갔습니다.
선뜻, 저 어디쯤 모래언덕 너머에서 낙타의 긴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짐작컨대, 이미 숨을 거둔 그 여행자의 낙타일 것이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두 사람의 거친 목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발길을 옮겨가 보니, 낯선 두 여행자가 심하게 다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인 잃은 그 낙타를 서로 차지하려고, 사이좋게 동행해온 두 여행자가 어느 새 적이 되어 싸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틈을 타서, 낙타는 저 멀리로 도망치듯 헉헉 달려갔습니다.
[자에 모자라면 치에 넉넉하고, 치에 모자라면 푼에 넉넉한 것이 인생사이어늘......]
그렇게 혼잣소리로 말하고, 그 벌거숭이 여행자는 다시 어떤 노래를 부르며 걸음을 옮겨 갔습니다.

이승은,
우리의 영혼이
전생에서 저승으로 이사가는 길에,
잠시 머무르다 가는
그 길가에 있는 휴게소이어라. 그 휴게소에서,

세포로 지은 참 따뜻한 방 한칸 얻어서
그 속에 들어가 쉬었다가 가는 것이어라.
더우기 그 방이 무료이니
깨끗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일이어라.

그 방의 내벽에 걸린 혀는
고마워하고 칭송하는 데만 쓰고,
외벽에 걸린 손은
쓰다듬고 악수하는 데만 쓸 일이어라.

그러다가 때가 되면
그 방을 되돌려주고,
다시 저승으로 이사가는
그 길에 오를 일이어라.




2. 신(神)을 믿으면 신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신다.


함박눈이 하얗게 쌓인 순백의 눈길을, 어느 유신론자가 발자국을 찍으며 홀로 걷고 있었다.
한동안 앞만 보고 걷다가, 그 자리에 서서 뒤를 돌아다보았다.
놀랍게도, 자신의 발자국 옆에 다른 한 사람의 발자국이 바로 옆에까지 나란히 찍혀 있는 것이었다. 자신과 함께 다른 한 사람이 나란히 눈길을 걸어온 것처럼.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주위에 어느 누구도 없었다.

선뜻, 그는 온 몸 온 마음으로 어떤 무형무색의 형체가 바로 옆에 서 있는 것을 느꼈다. 소리 없는 소리가 흘러나와 귓속으로 밀려왔다.
[그대여, 나는 신(神)일세. 이 발자국은 나의 것일세.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신이 없지만, 신을 믿는 사람에게는 신이 있고, 신은 늘 그와 함께 동행하며 그를 지켜준다네.
그대가 신을 믿기 때문에, 내가 그대와 동행하며 그대를 지켜주었듯이.]





3. 황홀한 반란


- 플라톤의 [에로스의 기원]을 부정하며 -


어느 바닷가의 하얀 백사장에, 저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이 홀로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었습니다.
갑자기 저만치의 해수면에 물결이 일더니, 사랑의 여신 사보아르미가 불쑥 솟아올라, 모래밭으로 걸어나왔습니다.

플라톤은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곡선미에 홀려 혼을 빼앗긴 것이었습니다. 사보아르미 여신은 그에게 바짝 다가와, 그 앞에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플라톤 님, 나는 사랑의 여신 사보아르미입니다. 난 당신이 주창하는 에로스의 기원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플라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뗐습니다.
[난데없이------굳이 알고 싶다면 말해 드리겠소이다.
아득한 태고 적에 신이 인간을 만들 때, 남녀를 따로따로 만들지 않고, 음양을 두루 갖춘 한 사람으로 만들었지요. 그 이후 사람들이 홀로 사니 외롭기도 하고 또 심심하기도 하다고 신께 소청을 했지요.
신은 곧 그 청을 받아들여, 인간을 두 쪽으로 갈라 남녀를 따로따로 떼어놓았소이다.

그래서, 인간은 남자든 여자든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과 결합하고 싶은 무한한 욕망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지요.
다행히 제 짝을 찾아 결합하면 그 만남은 행복을 누리고, 제 짝이 아닌 다른 반쪽과 결합하면 그 만남은 불행을 초래하게 되지요.]

그 소리를 듣고, 사보아르미 여신은 까르르까르르 웃었습니다.
[듣고 보니 일견 그럴듯하군요. 그러나 그럴듯하기만 할 뿐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 남자가 끝없이 여자를 그리워하고, 왜 여자가 끝없이 남자를 그리워하느냐. 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하늘의 주신(主神) 꼬레아시나신께서 맨처음 인간을 창조할 때, 진흙으로 남자와 여자의 형상을 빚은 뒤,
뜨거운 불의 기(氣)를 모아 남자형상에 넣고, 차가운 물의 기(氣)를 모아 여자형상에 넣었습니다.
다시 말해, 남자는 뜨거운 불의 집합체이고, 여자는 차가운 물의 집합체인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는 그 뜨거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끝없이 여자를 그리워하고, 여자는 그 차가운 냉기를 데우기 위해 끝없이 남자를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하고, 사보아르미 여신은 다시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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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울시 우화집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붕 ]중에서 -
2002-11-25 11: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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